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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부터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스스로 도로 위를 달리는 무인(無人) 자율주행차가 등장할 예정이다.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의 자율주행차 개발 자회사 웨이모가 세계 최초로 무인 로봇택시를 상용화하기로 한 것이다.
웨이모의 첫 완전 자율주행차 상용화서비스를 앞두고 현대자동차(005380)가 남모를 속앓이를 하고 있다. 웨이모의 자율주행 기술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최고경영자(CEO) 존 크래프칙이 과거 5년간 현대차의 미국 법인장을 맡았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북미국제오토쇼’에서 자동차업계 관계자, 취재진 등과 이야기를 나누는 존 크래프칙 웨이모 CEO/진상훈 기자
알파벳은 존 크래프칙을 기용해 향후 엄청난 수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는 자율주행 플랫폼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커졌다. 반면 그가 떠난 후 최근 미국에서 판매량 감소와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현대차는 속이 쓰릴 수 없는 상황이다.
◇ 웨이모, 세계 최초 무인택시 상용화 눈 앞…200조원 시장 선점
지난 14일(현지시각)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웨이모는 다음달부터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무인 로봇택시 자율주행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웨이모는 그동안 피닉스 주민 400여명을 대상으로 자율주행차를 시범 운행해 왔지만, 상용화 서비스가 시작되면 누구나 피닉스에서 이용료를 지불하고 로봇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블룸버그는 웨이모가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고 우버, 리프트 등 현재 미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호출형 차량공유서비스(카헤일링) 업체들과 직접 경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웨이모는 지난 2009년부터 무인 자율주행차 연구를 시작한 이후 줄곧 완성차 업체나 경쟁 IT 기업들에 비해 기술 수준이 한 발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까지 웨이모의 완전 자율주행차가 공용도로에서 주행한 거리는 1000만마일(1600만km)로 2위인 우버(300만마일)를 크게 앞선다. 올해 미국의 기술조사업체인 내비건트리서치가 매긴 글로벌 자율주행차 기술 순위에서도 웨이모는 제너럴모터스(GM), 메르세데스-벤츠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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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모와 피아트크라이슬러(FCA)가 공동으로 개발한 자율주행 미니밴 ‘퍼시피카’/웨이모 홈페이지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특히 존 크래프칙이 지난 2015년 CEO로 합류한 이후 웨이모가 기술개발은 물론 사업개발과 상용화 준비에서도 빠른 속도를 내고 있다고 평가한다.
존 크래프칙은 스탠퍼드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으로 14년간 포드에서 대형 프리미엄차량 개발을 맡았던 인물이다. 게다가 현대차 미국법인(HMA)을 이끌면서 판매와 조직관리에서도 수완을 보였다. 자동차 개발과 영업에서 모두 고른 경력을 쌓은 그가 웨이모를 이끌면서 알파벳은 경쟁사들보다 한발 앞서 무인 로봇택시 상용화를 눈 앞에 두게 된 셈이다.
모건스탠리는 웨이모가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부터 이 회사의 시장가치를 800억달러(약 90조원) 규모로 평가했다. 여기에 무인 자율주행 트럭을 상용화 해 육상운송서비스까지 시작할 경우 960억달러 규모의 부가가치를 추가로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 현대차, 존 크래프칙 내보낸 후 내리막…신기술 개발도 고전
반면 크래프칙이 떠난 후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판매는 물론 신기술 개발에서도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한 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의 미국 판매량은 68만5555대로 전년대비 11.5% 감소했다. 올들어 10월까지 누적 판매대수도 54만5444대로 극심한 부진이 이어졌던 지난해보다도 0.4% 줄었다. 세단 중심으로 구성된 판매차종 라인업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하지 못한 탓에 미국에서 점유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내비건트리서치의 자율주행기술 평가에서도 현대차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최하위권인 12위에 머물렀다.
현대차 미국 법인장으로 일하던 시절의 존 크래프칙/조선일보DB
사실 존 크래프칙은 현대차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았던 인물이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법인장으로 일하면서 취임 초기 3%에 불과했던 미국 내 점유율을 5%대까지 끌어올렸다. 게다가 제네시스와 엘란트라가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되는데도 앞장서면서 현대차의 브래드 가치를 크게 높이기도 했다. 크래프칙은 그러나 2014년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다소 석연찮은 이유로 법인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크래프칙에 이어 판매 전문가인 데이브 주코브스키가 법인장을 맡았지만, 실적 부진으로 2년여만에 경질됐다. 후임 법인장은 국내파인 이경수 당시 현대트랜스리드 CEO가 맡았지만, 역시 판매 부진의 책임을 지고 1년만인 지난달 자리를 떠났다.
현재 현대차 미국 법인장 자리는 공석으로 남아있다. 일단 이용우 현대차 북미권역본부장이 겸직하고 있는 상태다. 최근 중국 법인의 경영진을 대거 물갈이한 현대차는 새로운 법인장을 찾는데도 골몰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새 미국 법인장은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따라 판매와 브랜드 관리 등은 물론 신기술 연구동향 파악 등 전반적인 분야에서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가장 이상적인 새 미국 법인장은 엔지니어 출신으로 자동차 업계 전반에 두터운 인맥까지 가졌던 존 크래프칙과 같은 유형의 인물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상훈 기자 caesar8199@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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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모의 첫 완전 자율주행차 상용화서비스를 앞두고 현대자동차(005380)가 남모를 속앓이를 하고 있다. 웨이모의 자율주행 기술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최고경영자(CEO) 존 크래프칙이 과거 5년간 현대차의 미국 법인장을 맡았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북미국제오토쇼’에서 자동차업계 관계자, 취재진 등과 이야기를 나누는 존 크래프칙 웨이모 CEO/진상훈 기자
알파벳은 존 크래프칙을 기용해 향후 엄청난 수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는 자율주행 플랫폼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커졌다. 반면 그가 떠난 후 최근 미국에서 판매량 감소와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현대차는 속이 쓰릴 수 없는 상황이다.
◇ 웨이모, 세계 최초 무인택시 상용화 눈 앞…200조원 시장 선점
지난 14일(현지시각)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웨이모는 다음달부터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무인 로봇택시 자율주행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웨이모는 그동안 피닉스 주민 400여명을 대상으로 자율주행차를 시범 운행해 왔지만, 상용화 서비스가 시작되면 누구나 피닉스에서 이용료를 지불하고 로봇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블룸버그는 웨이모가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고 우버, 리프트 등 현재 미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호출형 차량공유서비스(카헤일링) 업체들과 직접 경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웨이모는 지난 2009년부터 무인 자율주행차 연구를 시작한 이후 줄곧 완성차 업체나 경쟁 IT 기업들에 비해 기술 수준이 한 발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까지 웨이모의 완전 자율주행차가 공용도로에서 주행한 거리는 1000만마일(1600만km)로 2위인 우버(300만마일)를 크게 앞선다. 올해 미국의 기술조사업체인 내비건트리서치가 매긴 글로벌 자율주행차 기술 순위에서도 웨이모는 제너럴모터스(GM), 메르세데스-벤츠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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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모와 피아트크라이슬러(FCA)가 공동으로 개발한 자율주행 미니밴 ‘퍼시피카’/웨이모 홈페이지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특히 존 크래프칙이 지난 2015년 CEO로 합류한 이후 웨이모가 기술개발은 물론 사업개발과 상용화 준비에서도 빠른 속도를 내고 있다고 평가한다.
존 크래프칙은 스탠퍼드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으로 14년간 포드에서 대형 프리미엄차량 개발을 맡았던 인물이다. 게다가 현대차 미국법인(HMA)을 이끌면서 판매와 조직관리에서도 수완을 보였다. 자동차 개발과 영업에서 모두 고른 경력을 쌓은 그가 웨이모를 이끌면서 알파벳은 경쟁사들보다 한발 앞서 무인 로봇택시 상용화를 눈 앞에 두게 된 셈이다.
모건스탠리는 웨이모가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부터 이 회사의 시장가치를 800억달러(약 90조원) 규모로 평가했다. 여기에 무인 자율주행 트럭을 상용화 해 육상운송서비스까지 시작할 경우 960억달러 규모의 부가가치를 추가로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 현대차, 존 크래프칙 내보낸 후 내리막…신기술 개발도 고전
반면 크래프칙이 떠난 후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판매는 물론 신기술 개발에서도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한 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의 미국 판매량은 68만5555대로 전년대비 11.5% 감소했다. 올들어 10월까지 누적 판매대수도 54만5444대로 극심한 부진이 이어졌던 지난해보다도 0.4% 줄었다. 세단 중심으로 구성된 판매차종 라인업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하지 못한 탓에 미국에서 점유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내비건트리서치의 자율주행기술 평가에서도 현대차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최하위권인 12위에 머물렀다.
현대차 미국 법인장으로 일하던 시절의 존 크래프칙/조선일보DB
사실 존 크래프칙은 현대차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았던 인물이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법인장으로 일하면서 취임 초기 3%에 불과했던 미국 내 점유율을 5%대까지 끌어올렸다. 게다가 제네시스와 엘란트라가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되는데도 앞장서면서 현대차의 브래드 가치를 크게 높이기도 했다. 크래프칙은 그러나 2014년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다소 석연찮은 이유로 법인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크래프칙에 이어 판매 전문가인 데이브 주코브스키가 법인장을 맡았지만, 실적 부진으로 2년여만에 경질됐다. 후임 법인장은 국내파인 이경수 당시 현대트랜스리드 CEO가 맡았지만, 역시 판매 부진의 책임을 지고 1년만인 지난달 자리를 떠났다.
현재 현대차 미국 법인장 자리는 공석으로 남아있다. 일단 이용우 현대차 북미권역본부장이 겸직하고 있는 상태다. 최근 중국 법인의 경영진을 대거 물갈이한 현대차는 새로운 법인장을 찾는데도 골몰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새 미국 법인장은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따라 판매와 브랜드 관리 등은 물론 신기술 연구동향 파악 등 전반적인 분야에서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가장 이상적인 새 미국 법인장은 엔지니어 출신으로 자동차 업계 전반에 두터운 인맥까지 가졌던 존 크래프칙과 같은 유형의 인물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상훈 기자 caesar8199@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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