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전서문(書傳序文) 본문
경원기미동 선생문공 영침 작서집전
慶元己未冬에 先生文公이 令沈으로 作序集傳케 하시고
명년 선생 몰
明年에 先生이 歿커시늘
우십년 시극성편 총약간만언
又十年에 始克成編하니 總若干萬言이라.
경원(慶元: 南宋 寧帝의 연호) 己未(1199)년 겨울에 선생 朱文公께서 침으로 하여금 「序集傳」을 짓게 하시고 이듬해에 선생이 별세하시거늘 십 년 만에 비로소 책을 완성하니 모두 몇 만 자라.
오호 서기이언재
嗚呼라 書豈易言哉리오
이제삼왕 치천하지대경대법 개재차서
二帝三王의 治天下之大經大法이 皆載此書로되
이천견박식 기족이진발온오
而淺見薄識으로 豈足以盡發蘊奧며
차생어수천재지하 이욕강명어수천재지전
且生於數千載之下하여 而欲講明於數千載之前하니
역이난의
亦已難矣라.
아! 서경을 어찌 쉽게 말할 수 있으리오.
이제삼왕의 천하를 다스리는 대경대법이 이 책에 다 실렸으되
나의 얕은 식견과 학식으로
어찌 족히 그 심오한 이치를 다 드러낼 수 있겠는가.
더구나 수천 년 뒤에 태어나 수천 년 전의 것을 밝히려 하니
또한 심히 어려운 일이로다.
연 이제삼왕지치 본어도
然이나 二帝三王之治는 本於道하고
이제삼왕지도 본어심
二帝三王之道는 本於心하니
득기심 즉도여치 고가득이언의
得其心이면 則道與治를 固可得而言矣리라
그러나 이제삼왕의 다스림은 道에 근본하였고
이제삼왕의 도는 마음에 근본하였으니
바로 그 마음을 깨면 도와 다스림을 진실로 말할 수 있으리라.
하자
何者오
정일집중 요순우상전지심법야
精一執中은 堯舜禹相授之心法也요
건중건극 상탕주무상전지심법야
建中建極은 商湯周武相傳之心法也요
왈덕 왈인 왈경 왈성 언수수이리즉일
曰德 曰仁 曰敬 曰誠은 言雖殊而理則一이니
무비소이명차심지소야
無非所以明此心之妙也라
무슨 까닭인가?
오직 일심을 갖고 중용의 도를 잃지 않음은
堯·舜·禹가 서로 전한 심법이요
중용의 도를 세우고 만민의 삶의 푯대(極)를 세움은
商의 湯과 周의 武王이 서로 전한 심법이니
德과 仁과 敬과 誠이 말은 비록 다르나 이치는 곧 하나이니
다 이 마음의 오묘함을 밝힌 것 아님이 없느니라.
지어언천즉 엄기심지소자출
至於言天則 嚴其心之所自出이요
언민즉 근기심지소유시
言民則 謹其心之所由施니
예악교화 심지발야
禮樂敎化는 心之發也요
전장문물 심지저야
典章文物은 心之著也요
가제국치이천하평 심지추야
家齊國治而天下平은 心之推也니
심지덕이 기성의호
心之德이 其盛矣乎인저
하늘을 말함에 이르러서는 마음이 유래한 바를 엄히 하였고
백성을 말함에 이르러서는 마음에 말미암아서 베풀어지는 바를 삼갔으니
예악과 교화는 마음의 발현이요
전장과 문물은 이 마음의 드러남이요
집안을 가지런히 하고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안히 함은 이 마음을 미루어 확장한 것이니
마음의 덕이 성대하도다.
*至於言天則 嚴其心之所自出이요 言民則 謹其心之所由施니.
하늘에 대해 말할 때는, 마음의 근원처인 하늘(天, 上帝)을 엄히 공경하고 외경(畏敬)하게 함으로써 天命을 보존하게 하였다. 또 백성에 대해 말할 때는, 마음의 덕에 말미암아 일상 현실에서 베풀어지는 것(道律政規)을 신중히 하여 德化를 펼치도록 하였다.
이제삼왕 존차심자야
二帝三王은 存此心者也요
하걸상수 망차심자야
夏桀商受는 亡此心者也요
태갑성왕 곤이존차심자야
太甲成王은 困而存此心者也라
존즉치 망즉란
存則治하고 亡則亂하나니
치란지분 고기심지존부존여하이
治亂之分이 固其心之存不存如何耳라
이제삼왕은 이 마음을 간직한 자요
夏의 桀과 商의 수(受: 紂)는 이 마음을 잃은 자요
태갑과 성왕은 애써 이 마음을 간직한 자라.
간직하면 다스려지고 잃으면 어지러워지나니
다스림과 어지러워지는 것의 나누임이
마음을 간직하느냐 못 하느냐의 여하에 달려 있을 따름이니라.
후세인주 유지어이제삼왕지치 불가불구기도
後世人主 有志於二帝三王之治인대 不可不求其道요
유지어이제삼왕지도 불가불구기심
有志於二帝三王之道인대 不可不求其心이니
구심지요 사시서 하이재
求心之要는 舍是書하고 何以哉리오
후세의 군주가 이제삼왕의 다스림에 뜻이 있을진대 그 도를 구하지 않을 수 없고
이제삼왕의 도에 뜻이 있을진대 그 마음을 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니
마음을 구하는 요체는 이 책을 버리고 무엇으로 얻을 수 있으리오.
침 자수독이래 침잠기의
沈이 自受讀以來로 沈潛其義하고
참고중설 융회관통
參考衆說하여 融會貫通일새
내감절충 미사오지 다술구문
乃敢折衷이나 微辭奧旨는 多述舊聞이요
이전우모 선생 개상시정
二典禹謨는 先生이 蓋嘗是定하사
수택 상신 오호석재
手澤이 尙新하시니 嗚呼惜哉라
침이 『서경』을 배워 읽은 이래로 그 뜻을 깊이 침잠하고
여러 학설을 참고하여 자세히 이해하고 관통하고서야
이에 감히 절충하되 은미한 말과 깊은 뜻은 옛날에 들은 것을 기술함이 많고
이전(二典: 「堯典」, 「舜典」)과 「대우모(大禹謨)」는 선생이 일찍이 바로잡으시어
손때 묻은 흔적이 아직 새로우니 아! 애석하도다.
집전 본선생 소명고
集傳은 本先生의 所命故로
범인용사설 불부지별
凡引用師設은 不復識別하고
사대지서 분위육권
四代之書를 分爲六卷하니
문이시이 치이도동
文以時異나 治以道同이라
집전은 본래 선생의 명인 까닭에
인용한 모든 선생님의 설은 다시 별도로 표지하여 구별하지 아니하고
사대(四代: 虞夏殷周)의 글을 여섯 권으로 나누니
글은 시대에 따라 다르나 천하를 다스리는 도는 모두 같으니라.
성인지심 현어서 유화공지묘 저어물
聖人之心이 見於書는 猶化工之妙가 著於物하니
비정심 불능식야
非精深이면 不能識也라
성인의 마음이 『서경』에 드러남은
화공(化工: 하늘의 조화)의 묘한 재주가 물건에 드러나는 것과 같으니
깊이 궁구하지 않으면 능히 알 수 없느니라.
시전야 어요순우탕문무주공지심
是傳也 於堯舜禹湯文武周公之心에
수미필능조기미
雖未必能造其微나
어요순우탕문무주공지서 인시훈고
於堯舜禹湯文武周公之書에 因是訓詁하면
역가득기지의지대략의
亦可得其指意之大略矣리라
가정 기사 3월 기망 무이 채침 서
嘉定 己巳 三月 旣望에 武夷 蔡沈은 序하노라
이 집전은 요순우탕문무주공의 마음에 대해서는
비록 반드시 그 은미한 경지에 나아가지는 못하였지만
요순우탕문무주공의 글에 있어서는 이에 말미암아 訓詁하면 또한 그 뜻의 대략을 얻을 수 있으리라.
가정 기사 3월 기망(16일)에 무이 채침이 서문을 쓰노라.
*채침(蔡沈, 1176~1230). 남송의 성리학자. 자는 仲默. 주자의 친구이자 수제자인 채원정의 아들. 주자에게 수업하고 주자의 위촉을 받아 주자가 미처 완성치 못한 『서경』에 주석을 수십 년의 연구 끝에 달아 『書集傳』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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