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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증 환국사(역사)

미국 땅을 처음 밟은 이주민은 시베리아에서 건너갔다

by 청풍명월7 2019.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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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놈 연구

알래스카

 

 

캐나다 북부 북극권 지역의 유적 발굴지의 모습이다. 두 팀의 연구자들이 게놈 해독을 통해 각각 미국 원주민 및 북극권 거주민의 기원을 밝혔다. 사진 제공 막스플랑크연구소

캐나다 북부 북극권 지역의 유적 발굴지의 모습이다. 두 팀의 연구자들이 게놈 해독을 통해 각각 미국 원주민 및 북극권 거주민의 기원을 밝혔다. 사진 제공 막스플랑크연구소 

 

최초로 아메리카 대륙을 밟은 미국 원주민의 정체가 시베리아 북동부에 살던 미지의 인류와 동아시아인이라는 사실이 고인류의 게놈을 해독한 연구로 밝혀졌다. 기존에도 미국 원주민이 시베리아 북동부를 거쳐 온 인류이며 동아시아 지역 인류의 피가 일부 섞였다는 사실은 밝혀져 있었지만, 구체적인 정체와 이들의 이주 경로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스케 윌러슬레프 덴마크 코펜하겐대 룬드벡재단지구유전학센터 교수와 중국, 미국, 러시아 등 공동연구팀은 시베리아 북동부 지역에서 새로 발굴된 인류의 유골 화석을 이용해 게놈을 해독한 뒤 유전자의 변화를 바탕으로 이 지역 옛 인류의 이동 경로를 새롭게 밝혀 ‘네이처’ 5일자에 발표했다.

아메리카 대륙에 살던 원주민(미국 원주민)이 과연 어디에서 온 누구의 후손인지는 인류학의 큰 미스터리 중 하나다. 여러 고고학 및 고인류학 연구를 통해 수만 년 전 빙하기 때 시베리아와 아래스카가 하나의 대륙으로 연결돼 형성된 대륙인 ‘베링기아’를 통해 건너온 시베리아 및 아시아인이라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그 인류가 어떻게 형성됐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3만 1000년 전부터 600년 전까지 시베리아 북동부에 살았던 고인류 34명의 유골에서 시료를 채취해 게놈을 해독한 뒤 유전자의 변이를 역으로 추적해 이주 역사를 재구성했다. 채취한 지역은 한반도 북동부의 ‘악마문 동굴’부터 중국 북부, 중앙아시아, 러시아 북동부 등 다양했다.

연구 결과 약 3만 년 전 이전에 ‘고대 북시베리아인’이라고 이름 붙인 인류가 시베리아 북동부에 진출했다. 이들은 정체가 처음 알려진 인류 그룹인데, 서유럽의 수렵채집인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약 2만 6500~1만 9000년 전 사이에 닥친 가장 혹독한 빙하기에 환경이 약간 따뜻한 베링기아 남단으로 진출했다. 

악마문 동굴로 대표되는 동아시아인 역시 비슷한 시기에 베링기아로 진출했다. 이들과 고대 북시베리아인들은 진출 과정에서 또는 베링기아에서 섞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렇게 섞인 인류는 약 2만 40000년 전 두 그룹으로 나뉘어 한쪽은 아메리카 대륙으로 향했다. 이들이 오늘날의 미국 원주민의 조상이라는 결론이다. 다른 한 쪽은 다시 시베리아로 향해 ‘고대 고(古)시베리아인’이라는 인류가 됐다. 이후 약 1만 년 전, 시베리아 북부에서는 ‘신 시베리아인’이라고 이름 붙인 새로운 인류가 동아시아에서 이주해 와 시베리아에 남아 있던 고대 고시베리아인을 밀어내고 이전 현재의 시베리아인들의 조상이 됐다.

 

약 3만~4만 년 전 이후의 시베리아 북동부 인류의 이동을 설명한 그림. 미지의 고대 북시베리아인이 베링기아에 진출했고, 이 과정에서 동아시아에서 유래한 인류와 만났다. 이렇게 섞인 인류는 동서로 나뉘어 일부는 지금은 사라진 고대 고시베리아인이 됐고, 일부는 미국 원주민의 조상이 됐다. 네이처 제공

약 3만~4만 년 전 이후의 시베리아 북동부 인류의 이동을 설명한 그림. 미지의 고대 북시베리아인이 베링기아에 진출했고, 이 과정에서 동아시아에서 유래한 인류와 만났다. 이렇게 섞인 인류는 동서로 나뉘어 일부는 지금은 사라진 고대 고시베리아인이 됐고, 일부는 미국 원주민의 조상이 됐다. 네이처 제공

 

이번 연구는 윌러슬레프 교수팀이 지난해 1월 네이처에 발표했던 논문의 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 당시에도 윌러슬레프 교수팀은 미국 원주민의 조상에 동아시아인이 있음을 밝혔다. 연구팀은 1만1500년 전 알래스카인 어린이 유골로부터 게놈을 해독한 뒤 아시아와 유럽, 아메리카 대륙의 현생인류 167명의 유전자와 비교해, 미국 원주민(아메리칸 인디언)의 조상은 약 3만6000년 전의 동아시아인이며, 이들이 약 2만 년 전 시베리아와 알래스카를 거쳐 빙하기 미국 땅을 처음 밟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의 벤 포터 미국 알래스카대 인류학과 교수는 당시 e메일 인터뷰에서 “이 미지의 동아시아인은 현재의 중국 한족을 비롯해 여러 동아시아인 조상의 특징을 고루 지니고 있었다”고 말했다. 호세 빅터 모레노 메이어 덴마크 코펜하겐대 지리유전학센터 박사도 e메일 인터뷰에서 "미국 원주민의 게놈 가운데 3분의 1은 고대의 북동 유라시아인에게서 유래했다"며 "약 2만5000년 전까지 고대 동아시아인과 유전적 교류가 활발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와 2018년 연구를 종합하면, 3만 여 년 전까지 시베리아 북동부에 살던 유라시아인들은 약 2만5000년 전쯤 베링기아로 이동했다가 두 그룹으로 나뉘어, 그 중 하나는 아메리카대륙으로, 나머지는 다시 시베리아로 이동했다. 이들이 미국 땅으로 들어가 지금의 미국 원주민이 됐다.

한편 네이처에는 윌러슬레프 교수팀의 연구와 나란히 북극 지역의 인류의 이주 역사를 밝힌 독일 막스플랑크인류사연구소팀의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 연구는 최초의 미국 원주민 이후 두 번째로 큰 인류 집단 이주인 북극 거주민들의 이주를 밝힌 결과, 약 5000년 전 시베리아 북부에서 ‘고 에스키모’라는 인류가 베링기아를 거쳐 이주해 왔으나, 이들은 현재의 이누이트 등 북극권 주민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약 800년 전에 새로운 인류가 퍼져 지금의 이누이트의 조상이 된 것으로 밝혀졌다.

 

<참고> 베링해협

평균깊이가 30~50m이고 가장 좁은 곳은 너비가 85㎞ 정도 된다. 이 해협에는 2개의 다이오미드 섬(약 16㎢)을 비롯한 많은 섬이 있고 해협 남쪽에는 세인트로렌스 섬(2,667㎢)이 있다. 미국과 러시아 연방의 국경선이 이 해협을 통해 뻗어 있다.

베링 해수의 일부가 이 해협을 통해 북극해로 흘러들어가기도 하지만 그 대부분은 태평양으로 되돌아간다. 겨울에는 심한 폭풍이 불며 바다는 평균두께가 1.2~1.5m인 빙판으로 덮인다. 한여름에도 베링 해에는 얼음이 떠다닌다.

이 해협의 이름은 1728년에 이 해협에 배를 타고 들어온 덴마크인 선장 비투스 베링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이다. 해면의 높이가 100m 이하로 낮아졌던 빙하기(약 2만~3만 5,000년 전) 동안에 이 해협은 아시아와 북아메리카를 잇는 육교 역할을 했는데, 이 육교를 통해 상당한 수의 식물과 동물뿐 아니라 사람들도 이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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